Sketch of the torii gate and entrance to Matsunoo Taisha.
마쓰노오 타이샤 스케치. 출처: totteoki.kyoto.travel.

역사 · 문화

한국 전통 양조 문화와 일본 사케의 역사적 연관성

2026-09-10

며칠 전 책을 읽다가 한국의 전통 양조 문화와 일본 사케 사이의 교류에 관한 이야기를 접했는데,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술 문화가 궁금한 분들이 꽤 있을 것 같아, 이 이야기를 글로 정리해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고사기(古事記)』에는 백제에서 온 양조인 인번(仁番)이 등장합니다. 인번은 수수보리(ススコリ)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술을 빚어 오진 천황에게 바쳤습니다. 술을 마신 천황은 크게 기뻐하며 이런 노래를 남겼습니다. “수수보리가 빚은 술에 내가 취했구나. 근심을 잊게 하고 웃음 짓게 하는 술에 내가 취했구나.”

『고사기』는 서기 712년에 완성된, 현존하는 일본의 가장 오래된 역사서입니다. 일본 신화 속 천지의 시작부터 서기 7세기 초 스이코 천황 시대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인번, 곧 수수보리를 ‘도래인’으로 기록합니다. ‘도래’란 바다를 건너 일본에 왔다는 뜻으로, 당시 일본의 역사 기록에서는 한반도나 중국 대륙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사람들을 가리킬 때 자주 쓰였습니다. 다만 『고사기』에는 수수보리가 정확히 어디에서 왔는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의 이야기가 오진 천황 시대의 백제 및 다른 도래인들과 관련된 여러 기록 사이에 등장하기 때문에, 후대에는 대체로 그를 한반도, 특히 백제의 양조 문화와 연결 지어 왔습니다.

오진 천황은 일본의 고대 역사서에 등장하는 천황으로, 그의 시대는 일본과 한반도 사이의 왕래가 활발했던 시기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백제와 신라 등지에서 건너온 도래인들은 여러 기술과 문화를 일본에 전했습니다. 수수보리가 술을 바친 이야기도 이러한 배경 속에서 펼쳐집니다.

『고사기』에서 수수보리를 언급한 대목에는 ‘秦造之祖’, 즉 훗날 일본의 하타씨(秦氏) 일족의 조상이 되는 또 다른 도래인 집단도 함께 등장합니다. 하타씨는 교토 일대에서 활동하며 농업, 치수, 직물 등 여러 산업에 관여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양조 역시 이들이 능숙했던 기술 가운데 하나로 여겨집니다. 서기 701년에는 하타씨 일족인 하타노 이미키 토리(秦忌寸都理)가 마쓰오산 기슭에 신전을 세웠고, 이곳이 오늘날의 마쓰노오 타이샤(松尾大社)가 되었습니다. 이 신사에서 모시는 마쓰오 오카미(松尾大神)는 훗날 ‘양조의 조상신’으로 추앙받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제가 최근 읽고 있는 명욱 작가의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에서 접한 내용입니다.

술의 제조법은 사라질 수 있어도, 문화는 세대를 거쳐 이어집니다.

우리는 흔히 각 나라의 문화가 저마다 독립적으로 발전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본 술은 일본 술, 한국 술은 한국 술”이라고 여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두 나라의 문화는 이미 천 년도 더 전부터 교류해 왔고, 오늘날에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이 작은 역사 이야기가 다음에 술을 마실 때 조금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